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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건강

부모님의 사랑

by Gabriel book 2024.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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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우리가 터뜨린 가장 신랄한 불평과 불만의 과녁은 대부분 어머니 아버지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거나 일이 제대로 안 풀릴 때 그것이 모두 다 어머니 아버지 탓인 양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하냐" 느니 "엄마 아빠 닮아 재주도 없고 머리도 나쁘다"느니 급기야 "왜 나를 낳았어"라는 몹쓸 말까지 하곤 했습니다. 그때 묵묵히 바라보시던 어머니 아버지의 눈망울이 이제 와 돌이켜보면 단순한 침묵의 시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닙니다. 우리는 살고 싶어 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우리가 살고 싶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현실의 삶에 연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삶의 의지를 불태우지는 않을 겁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오로지 순수한 생명의 의지만 갖고 태어난 핏덩어리를 자신의 생명을 나누어주며 키우셨습니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온갖 사랑을 쏟아 부어 어엿한 성인으로 키워주셨습니다. 부모님의 끝없는 희생을 생각하면 인간은 한 번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태어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육체로 한 번, 그리고 부모님의 희생적인 양육으로 또 한번.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 나머지 우리는 어머니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돌아보지 않고 그분들의 희생에 더한 희생만을 요구하곤 했지요. 그분들 역시 살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누리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우리와 나누시느라 많은 것을 희생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그 끝없는 희생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제 부모가 되어 그 희생을 요구받고서야 그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림속여인처럼살고싶을때(이주헌지음/예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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