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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건강

우울 앞에서의 연대

by Gabriel book 202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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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우울에 너무도 쉽게 집어삼켜진다. 기술의 발전으로 꼭 회사에 모여서 일할 필요가 없게 되었기에 고독해지기가 쉬운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고 타인의 생활을 더 쉽고 간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됨으로써 그들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게 되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우울이 만연해졌다보니 개개인의 건강 저하를 막는 것이 지구적으로 최우선의 과제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도 부수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개인주의의 가속화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우울을 감당해 내느라 피곤한 상태에서 새로운 열정과 의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 나타나면 우울함을 면죄부로 삼아 그 일에 나태하게 임한다. 나아가 주변에서 누군가 고통을 호소하더라도 그 고통에 무감각해져서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도 않는다. 
 
사람이 우울에 완전히 정복당하고 나면 그의 영혼엔 오직 분노만이 남게 된다. 외롭고 지치고 남과 비교돼서 화를 낸다. 그러다가 자신이 분노 그 자체가 되었다는 사실에 존재 자체가 타오를 정도로 화를 낸다. 그래서 그 분노를 가라앉힐 수만 있다면 얼마나 많은 양의 사물이 됐든,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이 됐든 이 세계 전부를 희생시켜도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만다. 그것은 우울로부터 태어난 너무도 커다랗고 삐뚤어진 자의식이다.
 
우울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길을 걷다 마주치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우울은 있다. 그렇게 우리는 다들 각자의 싸움을 하고 있으니 피차 힘든 사람끼리 서로를 측은하게 여겨야만 할 것이다. 그러한 눈물겨운 움직임들을 우리는 인류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저/김지민엮음/HIGHEST/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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