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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절절했던 옛사랑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미묘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미 훌쩍 지나온 길이기에 걸음을 돌릴 수 없더라도, 내딛는 길목마다 밑거름의 형태로 나를 맞이한다. 그 사랑이 지난날의 나를 웃자라게 했거나 크나큰 상실의 고통을 안겨줬다 한들, 시간이 지나 옅어지고 지워져 추억으로 덩그러니 남는다.
헤어짐의 아주 끄트머리에는 사랑의 이점만이 빛을 발한다. 동시에 우리는 무언가에 심장을 쪼이기라도 한 듯 번뜩이며, 자신을 지금껏 멀쩡히 살아 있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그토록 쌀쌀함을 남기고 떠난 사람을 어찌 한 톨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냐만, 미움마저 사랑의 조건으로 삼고 시절의 앙금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성숙함을 갖추고 싶다.
절절했던 옛사랑의 기억 앞에 편안하고 수더분한 웃음으로 우뚝 서게 되기를.
나는 너랑 노는 게 제일 좋아(하태완지음,북로망스,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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