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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서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 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땅 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동안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보고 물리치료도 받아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지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안구 하나 구입하려면 1억이라고 하니 눈 두개를 갈아끼우려면 2억이 들고 신장을 바꾸는 데는 3천만원, 심장을 바꾸는 데는 5억원, 간 이식하는 데는 7천만원, 팔다리가 없어 의수와 의족을 끼워 넣으려면 더 많은 돈이 든답니다.
지금! 두 눈을 뜨고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걸어다니는 사람은 몸에 51억 원이 넘는 재산을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도로 한가운데를 질주하는 어떤 자동차보다 비싼 훌륭한 두발 자가용을 가지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는 기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앰뷸런스에 실려 갈 때 산소호흡기를 쓰면 한시간에 36만원을 내야 한다니 눈, 코, 입, 다 가지고 두 다리를 걸어 다니면서 공기를 공짜로 마시고 있다면 하루에 860만원씩 공짜로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요?
세잎 클로버는 행복! 네잎클로버는 행운? 행복하면 되지 행운까지 바란다면 그 또한 욕심이겠지요. 오늘부터 지금부터 숨 쉴 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일상의기적(박완서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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